0%의 오류
2026년 6월 2일
“너 뭐야……?”
꼬맹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대답할 수 없었다.
승률 0%.
분명히 내 눈앞에 그렇게 떠올랐다.
그게 뭔지, 왜 그런 숫자가 나왔는지, 나조차 알 수 없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우리 사이로 경비원이 들어왔다.
“비정상적 확률이 감지되었습니다.”
경비원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카지노 출입을 제한합니다.”
“뭐?”
꼬맹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경비원을 쳐다보았다.
“퇴장시키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하지만 경비원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비정상적 확률은 퇴장이 원칙입니다.”
“잠깐, 그게 무슨……”
“강제로 퇴장시키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비원이 내 팔을 붙잡았다.
나는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끌려가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아니, 제가 뭘 했는데요!”
하지만 경비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카지노 입구 쪽으로 끌려갔다.
그때 뒤에서 꼬맹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나는 고개를 돌렸다.
꼬맹이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내 이름은 한세라야!”
“내 이름은……”
나도 내 이름을 말하려 했다.
하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나는 카지노 밖으로 쫓겨났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에휴.”
나는 카지노 입구 앞에 주저앉아 한숨을 쉬었다.
“근데 0%는 진짜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도박을 못하는 게 아니었다.
분명히 좋은 패를 잡았다.
분명히 이길 상황도 만들었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항상 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예 승률이 0%라고 떴다.
그때였다.
“야! 0%!”
나는 고개를 들었다.
“뭐야…… 한세라?”
카지노 문 옆에서 한세라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넌 왜 나왔어?”
“나?”
한세라는 괜히 시선을 피했다.
“그냥 답답해서 바람 쐬러 나왔지.”
“뭐?”
“너 걱정돼서 나온 거 아니라고!”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아무튼, 0%.”
“0% 말고 이름 부르면 안 돼?”
한세라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네 이름이 뭔데?”
“내 이름은……”
내가 입을 열려는 순간.
“에배배배배배뱁.”
“뭐야.”
한세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0%가 편해.”
“허, 나 참.”
이상한 애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확실히 이상했다.
우리는 카지노 앞을 벗어나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화려한 카지노 거리에서 멀어질수록 주변 풍경은 조금씩 달라졌다.
빛나던 간판은 줄어들고, 깨진 보도블록과 낡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여기는 처음 와보네.”
“그래?”
한세라가 옆에서 말했다.
“여기는 무효거리라는 곳이야.”
“허, 알거든?”
“처음 와본다며.”
“……”
말문이 막혔다.
한세라는 피식 웃으며 앞서 걸었다.
나는 그녀와 함께 무효거리를 돌아다녔다.
무효거리.
이름부터 이상한 곳이었다.
카지노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고아원 거리처럼 완전히 낡지도 않았다.
마치 도시에서 버려진 물건들이 모여 있는 곳 같았다.
그때 한세라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어?”
그녀는 길가 구석을 가리켰다.
“랜덤 경품 자판기 아니야?”
“그게 뭐야?”
한세라가 어이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바보야. 확률로 경품을 주는 거야.”
“확률로?”
“응. 돈을 넣으면 확률에 따라 상품이 나오는 자판기.”
그녀는 자판기를 살펴보며 말했다.
“옛날에 도시에서 단종된 줄 알았는데……”
나는 자판기를 바라보았다.
낡고 오래된 기계였다.
겉면은 군데군데 녹슬어 있었고, 화면에는 희미한 빛만 깜빡이고 있었다.
“내가 볼 땐 고장 나 보여.”
나는 주머니에서 1페를 꺼냈다.
그리고 자판기 구멍에 넣었다.
한세라가 놀란 듯 외쳤다.
“뭐 해? 잘못하다 돈 잃으면 어떡하려고!”
“뭐, 뭐라도 뜨지 않을까?”
동전이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잠시 후, 자판기 화면이 지직거리기 시작했다.
[비인가 확률 감지됨]
“……?”
화면에 이상한 문구가 떠올랐다.
[승률 0%……]
나는 숨을 멈췄다.
또 0%.
이번에도 0%였다.
그런데 다음 순간, 화면이 심하게 흔들렸다.
[Error]
[100% 감지]
[상품이 배출됩니다]
철컥.
자판기 아래쪽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100%……?”
나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았다.
한세라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뭐야. 너 0% 아니었어?”
“모르겠어.”
나는 조심스럽게 자판기 아래쪽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안경 하나가 놓여 있었다.
검은색 테의 평범해 보이는 안경.
하지만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안경을 집어 들었다.
“이 안경은 뭐지?”
한세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다……”
그 순간.
[치지지직]
귀 안쪽을 긁는 듯한 잡음이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안경을 바라보았다.
“아아…… 들리십니까?”
“뭐야.”
한세라가 나를 쳐다보았다.
“왜 그래?”
“안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
“안경에서?”
한세라는 안경을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난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역시.
나한테만 들리는 소리였다.
안경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무명님?”
나는 안경을 꽉 쥐었다.
“넌 누구야?”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안경 속 목소리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음……”
“당신의 관리자라고 해두죠.”
나는 그 말을 따라 중얼거렸다.
“관리자……?”
안경에서는 여전히 희미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치지직.]
그 순간부터였다.
내가 이 세계의 오류와 마주하게 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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