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능하신 그분의 명령
2026년 6월 1일
평화로운 아침.
오늘도 박지환은 Mr.지환타Park에게 기도를 한다.
“Mr.지환타Park님. 오늘도 저희 곁에서 머물러주시고,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멘…….”
그때였다.
하늘에서 빛이 쏟아졌다.
찬란한 광휘.
구름이 갈라지고, 새들이 정지하고, 지나가던 강아지가 갑자기 두 발로 섰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Mr.지환타Park가 내려왔다.
그는 박지환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기 저 여자 보이지?”
박지환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한 여자가 있었다.
이름은 한예린.
그녀는 오늘도 하늘에 날아다니는 비둘기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우훗. 나처럼 이쁘게 에잇에잇 하며 날아다니는구나~ 정말 맛있겠다.”
박지환은 잠시 침묵했다.
‘뭐라고?’
Mr.지환타Park는 다시 말했다.
“꼬셔라.”
박지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 여자를 꼬시라고? 쓰읍…… 아, 얼굴이 좀 별ㄹ…… 읍…… 으읍…… 아, 뭐야. 왜 막히는 거 같지……? 큼…… 아무튼.’
여자의 얼굴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능하신 Mr.지환타Park님의 명이었다.
박지환은 군말 없이 따르기로 했다.
그는 천천히 한예린에게 다가갔다.
“크, 크흠. 저기요.”
한예린이 고개를 돌렸다.
‘어머. 저 나천재같이 생긴 건 뭐야. 여기 총몇명 촬영장인가?’
하지만 그녀는 겉으로는 최대한 평온하게 말했다.
“아, 음. 누구세요?”
박지환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 저, 그…….”
‘일단 말을 걸긴 했는데…… 뭐라고 해야 미친놈처럼 안 보이지?’
박지환은 숨을 들이마셨다.
“아, 저는 박지환이라고 하는데요. 그, 아리따우셔서……? 아닌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그 번호 좀 주실 수 있을까요?”
한예린은 잠깐 박지환을 바라보았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왓 더 따우젠 왓 더 따우젠 하는 친구에게 자랑해야 하니 일단 줘야겠당ㅗㅗ.’
그녀는 활짝 웃었다.
“아 네~ ㅎㅎ 좋아요. 드릴게요.”
박지환도 억지로 웃었다.
“감사합니다! 이따가 연락할게요 ㅎㅎ”
‘아…… ㅆ…… 연락하기 싫은데.’
한예린도 웃으며 대답했다.
“아 네ㅎㅎ”
‘아 샤갈매기 절대 하지 마라.’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번호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 만남은,
절대 평범한 만남이 아니었다.
저녁 9시.
박지환은 침대 위에 앉아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예의상 연락을 하긴 해야겠지……? 그래. 눈 딱 감고 그냥 하는 거야.’
박지환은 카톡을 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박지환:
안녕하세요! 저 아침에 번호 따간 사람인데요, 집에는 잘 들어가셨어요?
잠시 후 답장이 왔다.
한예린:
아 네~ 잘 들어갔습니당ㅎㅎ
‘아 시발 누가 9시에 연락을 해 개싸가지.’
박지환은 답장을 보고 안도했다.
박지환:
아 그렇구나~ 다행이네요.
그리고 그는 멈췄다.
‘ㅈ됐군.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때 한예린이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한예린:
아 네~ 그쪽은 잘 들어가셨나요?
‘좀 가서 잤으면 좋겠당 ㅎㅎㅎㅎㅎ.’
그 모습을 하늘 위에서 지켜보던 Mr.지환타Park는 턱을 쓰다듬었다.
“이런. 생각대로 되지 않는걸?”
그는 히죽 웃었다.
“박지환이 쟤를 좋아하면 좋겠는데.”
Mr.지환타Park는 손가락을 튕겼다.
“얍. 큐피트 화살!”
분홍색 화살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갔다.
그러나—
푹!
화살은 한예린이 아니라 박지환에게만 꽂혔다.
Mr.지환타Park는 눈을 깜빡였다.
“어머. 실수로 박지환만 좋아하게 됐네.”
그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정말 잠시뿐이었다.
“뭐, 알아서 하겠지.”
그 시각 박지환은 무심하게 답장을 보내고 있었다.
박지환:
네, 저도 잘 들어갔습니다.
바로 그 순간.
큐피트의 화살이 그의 심장에 박혔다.
‘어?’
박지환의 눈동자가 커졌다.
‘뭐지……? 왜 갑자기 심장이…… 으…… 으아아……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휴대폰 화면 속 한예린의 이름이 갑자기 빛나 보였다.
물론 실제로 빛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박지환이 이상해진 것이었다.
그때 한예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한예린:
보통 언제 자시나욥?? 지금 많이 늦은 것 같은데
‘빨리 쳐 자란 의미니 눈치가 있으면 꺼지거라.’
박지환은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 저, 저는…… 그니까…… 음…… 아, 뭐라고 보내야 하지……? 딱 보니까 지금 이 대화가 지루한 것 같은데…… 그래도…… 좀만 더 하다가면 안 되나……?’
그는 겨우 답장을 보냈다.
박지환:
아, 저는 보통 12시쯤 잡니다!
한예린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한예린:
아 전 곧 자가지고요.. 어쩔 수 없네요
‘빨리 쳐 자라고.’
박지환은 심장이 철렁했다.
박지환:
아 그런가요? 오.. 일찍 주무시는 편이시네요? ㅎㅎ
‘젠장할. 이런 말엔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거야……? 하나도 모르겠네 진짜!’
한예린은 메시지를 보고 피식 웃었다.
‘ㅎㅎ 딱 봐도 모솔모솔쌉모솔이네욯ㅎㅎㅎㅎㅎㅎㅎㅎ 내가 오늘 운이 안 좋나ㅎㅎㅎ.’
그녀는 마지막 답장을 보냈다.
한예린:
아 네~ 님도 자세요 저도 자러갈게이욯ㅎㅎㅎ
박지환은 그 메시지를 보고 굳어버렸다.
분명 대화는 끝났다.
끝난 것이 맞았다.
누가 봐도 끝났다.
그런데 박지환의 손가락은 아직도 키보드 위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자러 간다고 했지.’
‘근데 진짜 자러 가는 걸까?’
‘아니면 내가 잡아주길 바라는 걸까?’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박지환은 3분 동안 같은 화면만 바라봤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했다.
박지환:
넵! 좋은 꿈 꾸세요 ㅎㅎ
전송.
1초.
2초.
3초.
읽음.
답장 없음.
박지환은 그대로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그 비명소리는 너무 처절해서, 옆집 강아지가 짖다가 조용히 자기 집 문을 잠갔다.
박지환은 바닥에 엎드린 채 중얼거렸다.
“왜…… 왜 답장이 없는 거지……?”
그때 천장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당연하지.”
박지환이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Mr.지환타Park가 거꾸로 매달린 채 감자칩을 먹고 있었다.
“님 뭐예요?”
“신.”
“아니 그건 아는데 왜 제 방 천장에 매달려 계세요?”
Mr.지환타Park는 감자칩을 하나 더 먹으며 말했다.
“재밌잖아.”
박지환은 눈물을 글썽였다.
“저 어떡하죠? 예린 씨가 답장을 안 해요.”
Mr.지환타Park는 휴대폰 화면을 힐끔 보았다.
“음.”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망했네.”
“그런 말 듣고 싶어서 부른 게 아니잖아요!”
“네가 부른 적도 없잖아.”
“아.”
박지환은 잠시 침묵했다.
맞는 말이었다.
그때 Mr.지환타Park가 손가락을 튕겼다.
“좋다. 내가 특별히 네 연애를 도와주지.”
박지환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요?”
“그래. 내 이름을 걸고 반드시 이어주마.”
박지환은 감동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Mr.지환타Park가 지금까지 제대로 성공시킨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다음 날 아침.
한예린은 평소처럼 길을 걷고 있었다.
그녀는 비둘기들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나의 하늘 닭강정들아~”
비둘기들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피해 날아갔다.
그때였다.
골목 뒤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예린 씨!”
한예린은 흠칫 놀라 뒤돌아보았다.
박지환이었다.
그는 어제보다 훨씬 더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지을 수 있는 표정과 안 지어야 하는 표정 사이의 어딘가였다.
한예린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나락퀴즈쇼야.’
하지만 겉으로는 웃었다.
“아, 안녕하세요~”
박지환은 손을 흔들었다.
“우연이네요! 여기서 또 뵙다니!”
사실 우연이 아니었다.
박지환은 어제 한예린이 지나갔던 방향을 기억한 뒤, 아침 6시부터 이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전봇대 위에서 지켜보던 Mr.지환타Park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 정도면 스토커가 아니라 순애지.”
지나가던 경찰이 그 말을 듣고 멈칫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Mr.지환타Park는 바로 하늘로 사라졌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박지환은 한예린 앞에서 땀을 뻘뻘 흘렸다.
“그, 혹시 아침 드셨어요?”
한예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이요.”
박지환의 눈이 번쩍였다.
“그럼 저랑 같이…….”
그 순간.
Mr.지환타Park가 하늘에서 속삭였다.
“고급스럽게 말해라. 고급스럽게.”
박지환은 급하게 말을 바꿨다.
“저랑 같이…… 조찬을 즐기시겠습니까?”
한예린은 정색했다.
‘조찬?’
그녀의 머릿속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얘는 모솔이 아니라 조선시대에서 온 모솔인가?’
하지만 한예린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공짜 음식.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아~ 좋아요 ㅎㅎ”
박지환의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저, 정말요?”
“네~”
‘먹고 튀어야지.’
그렇게 두 사람은 근처 분식집으로 향했다.
분식집.
박지환은 메뉴판을 보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예린 씨는 뭐 드실래요?”
한예린은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떡볶이, 순대, 튀김, 김밥, 라면, 쫄면, 어묵, 치즈 추가요.”
박지환은 순간 멈췄다.
“아…… 네.”
그는 지갑을 열었다.
안에는 3천 원과 버스카드, 그리고 어디서 받은지 모를 치킨집 쿠폰 한 장이 있었다.
박지환의 동공이 흔들렸다.
‘전능하신 Mr.지환타Park님.’
‘제발.’
그 순간, 하늘에서 빛이 내려왔다.
박지환의 지갑 안에 무언가 생겼다.
그것은—
1+1 핫도그 쿠폰이었다.
박지환은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Mr.지환타Park가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파이팅.”
박지환은 이를 악물었다.
“사장님…… 일단 핫도그 두 개요.”
한예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까 제가 말한 건요?”
박지환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그건…… 마음으로 시켰습니다.”
“네?”
“마음의 떡볶이.”
한예린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이건 진짜다.’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그때 Mr.지환타Park가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안 되겠다. 분위기 전환.”
갑자기 분식집 TV가 켜졌다.
화면에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속보입니다. 오늘 오전, 정체불명의 남성이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들의 연애를 망치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지환과 한예린은 동시에 TV를 바라보았다.
Mr.지환타Park는 조용히 리모컨을 숨겼다.
“누구 얘기지?”
박지환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님 얘기잖아요.”
“증거 있습니까?”
“지금 제 옆에 계시잖아요.”
“그건 네 믿음입니다.”
한예린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저기요.”
박지환은 움찔했다.
“네?”
한예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혼잣말 자주 하세요?”
박지환은 굳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한예린은 Mr.지환타Park를 볼 수 없었다.
박지환은 급하게 웃었다.
“아, 아니요. 저는 그냥…… 내면의 저와 대화를 자주 합니다.”
한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미친놈이구나.’
박지환은 망했다는 걸 직감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한예린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확인하더니 표정이 굳었다.
발신자는 친구였다.
왓 더 따우젠 친구
한예린은 전화를 받았다.
“어, 왜?”
전화기 너머에서 엄청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어제 번호 따였다며!!!!”
한예린은 당황했다.
“아니, 그게—”
“사진 보내.”
“뭐?”
“사진 보내라고. 얼마나 레전드인지 보자.”
한예린은 박지환을 힐끔 보았다.
박지환은 핫도그를 반으로 나누며 진지하게 말했다.
“예린 씨, 큰 쪽 드세요.”
그 모습은 이상하게도 조금 진심 같았다.
아주 조금.
정말 콩알만큼.
한예린은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잠깐 생각했다.
‘생긴 건 좀 그런데…….’
‘핫도그 큰 쪽을 주네?’
그 순간.
Mr.지환타Park의 눈이 번쩍였다.
“오?”
박지환의 순애가 아주 미세하게 먹히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연애 감정이 아니라,
공짜 음식에 대한 신뢰도 +1이었다.
하지만 박지환은 그걸 몰랐다.
그는 속으로 외쳤다.
‘됐다.’
‘이건 분명 좋은 신호야.’
한예린은 핫도그를 받아 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박지환은 활짝 웃었다.
“아닙니다!”
Mr.지환타Park는 허공에 떠서 박수를 쳤다.
“좋아. 이제 0.0001% 정도 가능성이 생겼군.”
박지환은 그 말을 듣고 굳었다.
“너무 낮잖아요.”
Mr.지환타Park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그는 엄숙하게 말했다.
“원래 전설은 0%에서 시작하는 법이다.”
박지환은 감동하려 했다.
하지만 Mr.지환타Park가 덧붙였다.
“물론 대부분은 그대로 0%로 끝난다.”
“아 진짜!”
그렇게 박지환의 연애 전쟁이 시작되었다.
상대는 한예린.
장애물은 한예린의 철벽.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그를 돕겠다고 나선 신이 Mr.지환타Park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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